전강선사 일대기2020. 1. 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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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강선사 일대기(田岡禪師 一代記) (제9-2호) 오대산을 넘으며.

 

**전강선사(No.020)—전강선사 일대기 제9호(경술1970년 12월 17일 새벽. 음) (1971년 1월 13일 새벽)

 

(1) 약 21분.

 

(2) 약 21분.

 

(1)------------------

 

또 그 고운사 주지스님이 선객(禪客)을 좋아하기 때문에 곤로전을 비와 주면서 '그렇게 모도 병이 있어서 고생한다니 거그서 자유허게 공부허라'고.

머리가 이렇게 커졌지마는 그런 것 하나 안 보고 공부 잘 헌 분이라고 이래 놓으니, 아주 고운사 스님네가 무척 대접을 하고 나를 또 퍽 환영하고. 아! 그래 가지고 곤로전에 있는데, 당최 못 있겄어.

 

돈도 많이 생기고, 그래 거그서 돈 생긴 놈 가지고,

가서 무슨 뭐 저 의성장(義城場)에 가서 괴기 같은 거 사다 가서 마음대로 볶아 꾸워 먹고 얼마든지 헐 수 있지마는, 어떻게 내가 그렇게 체면상 할 수가 있나?

 

저그는 금당이고 여그는 큰 절이고, 사이가 곤로전이 있는데,

거그 돈 나온 놈, 부처님한테 나온 놈 가지고 괴기 사다가 그렇게 먹어?

아무리 헌다 한들 그렇게 퍼먹고 그려? 뭐 시주(施主) 재산인데.

 

그것은 양심상 헐 수 없어.

다른 데가 마을에 가서 아주... 부처님 도량은 턱 벗어나서 내가 마을에 가서, 어디 가서 대사(大事) 친 집에 주면은 그놈 갖다 내가 먹고 그렇게는 헐지언정 내가 거그서 어떻게 해? 청정 대중에서.

 

그만 갔다 먹고 나오면 몸뚱이서 냄새는 풀풀풀 나는 놈을 피우고 그 대중에 있어?

그 무슨 놈의 체면없는 놈의 행동이여. 그런 짓을 학자가 어찌 허냐 그말이여.

 

나 그렇게 절대 그런 행동이란 안 했으니께!

뭐 사다가 오히려 그저 또랑가에서 뭐 찌지고 안 했어. 내 그런 법 없어!

 

옛날에 무용 스님도 큰스님이 되아 가지고도 저 송광사, 전라남도 송광사 패방에 있으면서 마을에 내려가서 그 동냥해서 괴기 사 가지고 와서 그 밑에 그 패방 밑에, 송광사 개천 밑에 이런 데서 끓여 잡솼다 하드구만. 그거 내가 다 들었어.

 

그래 뭐 그래 가지고, 얼매나 욕을 얻어—그 욕 얻어먹어야 싸거든—얼마나 욕을 얻어먹고 쫓겨나고.

그 중노릇을 차라리 말던지 허지, 왜 그렇게 중이라 하면서 그 숭악허게 몸뚱이를 거지 옷을 입고 또 갖다 먹는 것이 중 행동은 아니고 막 찌져 먹고 몸에 냄새 나고.

 

아! 그러니 좋아할 것이여? 열두 번을 쬧겨났어, 열두 번.

그래도 기어이 들어왔다 그말이여.

 

그런 이도 있었다고 하지마는.

'내가, 절대로 내가 이런 부처님 도량에서 그런 행세를 헐까 보냐'고. 안 했어.

나를 아주 그때 도와 준다고까장 했거든. 병으로 그러허니까.

 

안 했어! 안 허고, 그때도 그렇게는 지내지만 사상은 깨끗해.

요만큼이라도 내가 절 도량에서 무애행(無碍行) 안 혀야겄다고 아주 작정을 딱 했거든.

 

그래 가지고는 오장치 한 벌 떡! 짊어지고, 한 벌은 입고 그러고 또 며칠—거그서는 안 입었지, 옳다! 안 입었다. 그렇게 입고 나갈라고 작정을 해 놓고.

 

그 꼭 뭐 적어 놓고 내가 몇 번 생각해 보고 일러 본 일이 아니라,

허! 이것도 내가 직접 했지마는 꺼꿀로 갔다 옳게 갔다 이러는구만. 그래도 다 들어보면 순서가 있어.

 

곤로전에서 혼자 그렇게 맨들아서 딱 해 놓고는,

그때는 뭐 인자 처음 나갈라니까, 그 걸망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고 보따리 같은 데다가 인자 짜끄만이 따서 딱 해서, 아침 저녁 누구 사이에 안 볼때 살짝 나갈라고 딱 문 좀 걸어 놓고는.

 

마침 참, 큰절에 가서 산천이나 다시 보고 인자 하직이나 허고 나갈라고는, 만오 스님한테 인사나 허고 나올라 허니까,

 

만오 스님, 주지 스님이 만오 스님인데, 주지 스님 만오 스님 방에 웬 사람이 하나가 이만허게 생긴 놈이 여가 툭툭 불거진 놈이, 키는 작딸막한 것이 하나가 거그 있어 가지고는,

거 뭐 뭐 뭐 내가 그저—그저 큰 대도사 노릇을 허는디, 왼통 그 사람 이름이 김익수인디.

그 사람이 거그 와 만오 스님 방에 있는데, 고 밑에 그 동구로 어디로 그 뒷방으로 사람이 수십 명이여, 고 사람 모도 따른 사람이.

 

그건 뭐헌 사람이냐? 안동에 김익수여. 이름이 김익수여. 내가 알아!

김익수인데, 여가 톡 불거. 사람은 보통 아니게 통 크게 생겼는데, 톡톡 불거진데 얼굴이 요런 놈이.

떡 앉어. 만오 스님 방, 주지 방에 들어와서 앉어서 얘기를 허는디, 만오 스님 주지 스님이 그 사람한테 옴폭 빠졌어.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떠헌 도력이 있는고 하니, 도행이 있는고 하니, 이녀러 자석은 천지에 저 하나밖에 없어. 하늘 땅 밑에는 저 하나 밖이여.

"옛날에 무슨 항우? 항우 그런 거 꽉!" 요렇게만 해 버려. 하날도 제가 하날이여, 그만.

 

아, 이래 가지고서는... 차력(借力)은 대차(大借)를 헌다고 그려, 대차력을 허고.

벌써 차력헌다는 게 고 고놈이 틀렸드만.

 

대차를 허고. 그래 가지고는 그것 뭐 자동차, 저 큰 기차 같은 거, 그때 기차 하나 댕길 때 아니여?

"기차 같은 건 내가 가서 뒤에 가 잡으면 가도 오도 못헌다"고 이러고.

 

"어디 남포 튼데 가면 남포 튼 그놈이 바우가 내려지면 내가 손톱으로 튕겨 버리는구나" 이러고. 아! 요런 것이 있어. 그러고 얘기혀.

그럼서 그 또 그 신통력을 뵈인다 그말이여. 흰 바둑 검은 바둑을 딱 둘이 있는디, 그 바둑이 무슨 뭐 딴 데 있는 게 아니여. 그 방에 바둑이 있는디, 웃방에.

"바둑 요런 거!" 흰 바둑 검은 바둑 둘을 요래 딱 쥐고는 요래 버린게 팩 깨져 버린단 말이여.

 

누가 곧이 안 들을 수가 없어.

기차도 잡으면 소용없고, 자동차도 잡으면 소용없고, 그까짓 자동차 그까짓거 말헐 것도 없고. 남포가 무너져도 때려 버리면 그만이고. 남폿돌이 떨어져도.

 

아, 이런 소리를 해 싸니, 누가 안 미칠 사람이 없어. 거, 누가 혹 그저 인자 그런 소리 뿐이여.

 

여그 누가 혹 그저 그 무슨 천수심경, 절에 그런 것 다 알고.

"천수심경 같은 거 해서, 거 내 신통을 막아낼 사람이 있으면 내보라"고 이러고.

"대중들이 다 목탁침서 해 보라"고, "내가 없어진가 해 보라"고 그러고. 아, 이놈 허는 짓이 굉장혀!

 

나, 그 꼭 봤제. 바둑을 요리 깨는 걸 봤다 그말이여. 틀림없어.

나중에 바둑을 깨 놓은 것을 이렇게 나중에 봐도 깨져 가지고 있제, 이놈 어떤 신(神)으로 어떻게 했은게 도로 다져 질란가 싶어서 봤어. 소용없어, 깨졌어. 허, 누가 안 무서워 헌 사람이 없어.

 

'에이, 요놈을 내가 한번 다뤄 볼 밖에 없다'고.

 

내가 그렇게 참, 우리 참선법(參禪法)이라는 것은 참으로 정법(正法)이요, 참으로 대도법인디, 제까짓 삿된 놈이 내가 한번 정(正) 되아 버리면 그까짓 삿된 놈이 무슨 소용있냐 이말이여. 기운이면 뭣 허며...

 

어떻게, 그래 가지고는 그 내세우는 것이 있등만.

천주! 천주를 내세워(불이 꺼져 버렸나?) 천주를 내세우는디.

 

내가 그랬어. "천주가 뭐냐? 어떤 게 천이냐?" 내가 그 사람한테 가서.

 

옷을 인자 이상스럽게 입고, 벌쎄 나도 거그서 다 인자 공부 잘헌다는 유명헌 참 정영신(鄭永信)이라고 헌께 그놈도 듣고 있고, 나도 저 인자 듣고 이래.

그 둘이 붙었네, 인자. 차츰차츰 얘기허다가, 가까이 딱 붙었단 말이여.

 

"어떤 게 천주냐? 천(天)이라 하니, 하날이라 하니 어떤 게 하날이냐?"

아, 저 사람은 하날이 제일이요, 천하에 하날이요,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했고, 그건 예수교도 그러지마는, 보통 다 사람도 '하날 밖에 인(人)이다, 사람이 났다. 천(天) · 지(地), 하날 생기고 땅 생기고 인이다‘ 요렇게 봐 노니깐, 천이 그만 제일이다 이게제.

 

한, 사람[人]이라는 건 뭐 그 세째나 된다 이말이여.

고놈 가지고 싸움이 붙었네. 나허고 저허고 이론 싸움이 났다 말이여.

 

내가 인자 묻기를 "어디 하날이..."

그게 인자 그건 예수교도 안 믿는 것이 하날이라고 인자 고런, 그래 가지고 제일이다 이래 가지고는 천주를 내세우드구만.

 

나는 '내가 하날이다'

저는 '하날이 따로 있어서...'

 

"어째 그러냐? 산하대지와 만상삼라(萬象森羅)와 정여무정(情與無情)과 우주 전체가 다 내가 맨들았다. 자천(自天)이다. 모도 하나님이 내제" 내가 아, 이래 가지고 인자 뭐 서로 싸움을... 그놈이 충돌이 되았네.

 

나허고 충돌이 되아 가지고 "조놈을 톡 튕겨 버려?" 나를 그랬다 말이여, 고것이.

"톡 튕겨 버려?" 이럼서 답싹 업신여겨도.

 

나는 "천하를 어쩌치 못헌다. 하날도 나를 어쩌치 못허고, 천하에 제가 기운 센 명장 항우보담 백 배나 더헌 놈도 나를 어쩌치 못헐 것이니라. 어찌 그러허냐! 나는 내가 나를 믿고 내가 나를 찾는 사람이고, 내가 나를 깨달은 사람이다" 아! 이래 가지고 저놈한테 그만 내가 들이붙었네.

 

"너 이놈! 내가 이놈! 튕겨 버리면 튕겨지고, 이놈, 벼룩처럼 죽여 버리면 죽여 버리는디, 왜 어째, 야! 이놈아! 해 봐라, 이놈아! 네가 당장 해 봐라" 꼼짝 못허네.

 

내가 뭐 그까짓 참말로 튕기면 없어지제, 뭐 소용 있어?

 

꼼짝 못헌단 말이여! 어떻게 그랬든지, 나는 이(理)로만, 저 참선 도리만 가지고 막 허거든.

"정법을 어떻게 헐꺼냐? 이놈, 삿된 놈들이. 천하를 갖다가 니가, 천하를 비벼 버리고 천하를 갖다 가리를 맨들아 하늘과 땅을 해버릴지언정 나 해 봐라”허고 대든게 꼼짝 못허대.

 

되게 거그서 싸와 놓고는 그 이튿날, 이 자석은 거그 있고 헌디, '에이, 빌어먹을 요런 것들 허고 싸워 놓고는 내가 오래 있어서 못쓰겠다' 그러고는,

고렇게 인자 맨들아 놓고는 보따리를 싸 가지고 고 틈새기 타서 도망을 쳐서 '에이 빌어먹을 놈, 이놈! 네까짓 놈허고 싸울 것도 없고'

 

고놈이 나중에는 날 보고 어디서 날 비벼 버리면 손꼬락 피만 묻히는가 싶고, 대체 그놈 무서운 놈이거든.

그래 안 도망 안 갔는가, 그래 도망가듯이 갔어. 도망을 가 가지고는—인자 그 틈새기서 나와 버렸지, 그 산중을.

 

만오 스님도 덜덜 떨고. 주지 스님이 덜덜 떨어.

'거 무서운 도인인디 건들었다'고. 왼통 야단이여, 뭐 산중에서 이래. 아! '대차력을 허고 무슨 뭐 그런다'고.

 

이러고는 도망을, 그냥 나가 버렸제. 그까짓 그래 놓고는 한번 되게 싸와 놓고는 나와 버렸제.

 

그러고 또 산중에서, 고운사, 의성 저 고운사 선원에 있는 선방 수좌 '정영신'이라고 그래 논께 인자 고운사도 큰일났거든.

내가 그만—이렇게 받드는 큰 대도사인디, 갖다 아무것도 아닌 외도(外道)라고 해 논께—저놈을 갖다 그렇게 질러 놨으니 '고운사가 낭패다'고 아, 이래 떤단 말이여.

 

그래 저래서 그만, 그래 놓고는 나와 도망질쳐서 새벽에 일찍허니 종(鐘) 친 뒤에 나와 가지고, 인자 그때가 그만 막 나온 길이라 인자.

다 준비해 가지고 내가 싸 가지고 인자 그냥 머리 감토도 하나 싸 가지고, 감토도 인자 그때는 맨들아 가지고 그랬어. 끈 달아 가지고, 다급허니께.

 

그래 가지고는 저, 그러다 인자 의성을 나왔다. 저 안동을 나왔어.

의성 고운사에서 안동이 30리인가 그렇등만, 40리인가?

처음 인자 거그를 걸어서, 그때 뭐 탈 것도 없고. 걸어서 나오니깐, 새벽에 나왔지만 한 40리 나오니까 점심때 거지반 되았어.

 

그래서 안동을 척 나와서는 인자 참 아무것도 거침없다.

산산수수도 그대로 내 소유물이요, 보이고 전체가 다 내 모도 그만 그저 흥! 내 소유다.

 

안동 영회루에 올라와서 영회루에다 좌(座)를 정하고 가만히 앉어서 내 도리를 응, 그저 정수진산이다.

그 영회루 밑에 물이 척 흘러 내려가는 안동에 백사탄변(白沙灘邊)이, 산이 있고 산이 모도 사방에 산이 주루루루 내려와서 있으되, 비탈이 길이 모도 있고.

옛날에 그 자동차 그 5인승인가 뭐 6인승인가 타는 사람이... 왜정 당시 고것 밖에는 없고. 좀체로 돈 있어야 그 타제, 못 타고 그런 것은.

 

가만히 앉어서 참선을 하고 앉었으니깐.

청춘남녀가, 참 마침 청춘남녀 둘이—그때도 그 인자 신여성(新女性)이 인자 처음 생겨났을 때로구만, 그때가.

처음 신여성이 생겨났는디, 머리를 이렇게 '히가미사시(히사시가미)'를 턱 허고. 옛날에 히가미사시라고 그랬어, 그걸.

 

히가미사시를 떡 허고 삐쭉 구두, 인자 처음 삐쭉 구두 그때 처음 봤제. 그걸 신고는.

'아따, 참! 저 여자는 신식 여자다. 신지식이 많이 있는가 보다' 모도 이럴 때여.

 

그 또 인자 남자도 하나 올라오고, 올라와 가지고는 붓대를 턱 내놓고는 뭘 그리대.

한참 그린디, 모두 산수를 그려. 산수 그리던 사람인데.

 

그까짓 그리거나 나는 가만히... 인자 그놈 움풍 감투를 딱 써 쨈매고는 옷 그놈 한 벌, 인자 진 놈 그놈 인자 거그서 내 입고, 한 벌은 인자 그 싼 놈 두고, 가만히...

 

세상에! 내가 봐도 그 이상헐 것이여. 내가 내 얼굴은 안 봤지마는.

그까짓 면경(面鏡)이 있나? 뭐 내가 그 보도 않고, 내 채리고 앉었지마는 내가 봐도 속으로 우스워.

내가 이걸 꼬라지를 보면 이상할 꺼다 싶어. 옷도 보면 이상하고.

 

그러거나 이놈 움풍 감투를 딱 쨈매고는 앉아 딱... 대체 나를 들여다볼수록 우습네.

 

그 청춘남녀가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요리 보고 어쩌고 허더니 여자가 더 본다 그말이여.

얼굴은 깨끗허제. 하나... 밤 같여! 인자 어릴 때 내가 그렇게 깨깟했어 얼굴이. 깨깟헌 내 용을 뒤집어 쓰고.

 

피가 한점도 더군다나 없은게 어쩔꺼여. 피가 없어, 말라서.

빼짝 말라 가지고, 그냥 얼굴이 하얀 백지장처럼 되았어.

그래 가지고, 그래도 때도 묻도 않고, 뭔 일도 안 허고 그래 논게 이상한디, 그러고 앉었어.

 

한창 그리더니, "아니, 당신이 무엇 허는 사람이요?" 그래.

"아, 여보시요, 당신 볼 대로 보시요" 암말도 안 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참 그래서 "사람을 보고 뭣 허는 사람이냐고 물어? 볼 대로 보시요, 그려"

"아니요, 하도 이상스러워 물으니 너머 허물허지 말고 대답해 주시요. 어째 무엇 허는 이요? 비관자요? 무슨 염세주의자요? 무엇 허는 분이요? 그 인사나 좀 합시다. 당신 이름은 무엇이요?"

 

한참 저놈 한 댓번 뭐라고 허면 나 한마디 답헌디, 말헐 것도 없제.

 

"나는 이름이 꿈돌이요" 이름을 꿈돌이라고... "꿈돌이요"

"꿈돌이요?" 그러고는.... “대관절...?”

 

자꾸 물어, 내 뒤를. 어떤 사람이냐고.

그래 나는 형사인 줄 알고 말이여, 대답 안 헐 수도 없고 그저, 그래 형사인 줄 알고 그저 이러고 앉어 있으니까.

 

"아! 당신... 우리는 미술허는 사람이요"

그림... 미술학교 대니고 그러다가 인자 지금 나와서 한번 실경(實景)을 그리고 그런다등만, 그것도 잉.

 

"미술허러 올라왔다가 당신을 봐 허니, 당신도 미술헐 줄 아요?" 어쩌고 험서 그려.

나도 스무 살이 넘어서 그때 인자 한 그 스물 그렇게 되었으니께.

 

"내가 당신네 눈에 미술가로 보이면 미술가로 보고, 염세주의자로 보면 염세주의자로 보고 그러제, 날 보고 자꾸 대답만 허라 하니 어떻게 대답을 헐 수 있소? 내가 미술가요, 내가 염세주의자요 허겄소? 그래 고만 당신네 일이나 보시요"

 

"아! 미술 하나 좀 헐 줄 알면 해 봅시다" 어쩌고 그래서.

"아, 여보시요, 이 미술 그대로 두고 보지. 영회루라든지 백사탄변 흘러 내려가는 물이라든지, 저 산들 저렇게 다 그대로 두고 보지, 거다가 왜 애터지게 무슨 붓끝으로 미술을 만들아서 산을 만들아 가지고 볼락 햐? 그대로 보지, 저"

 

아! 이래 논게 그 말이 모도 미술가 말도 같고 그러거든.

말은 터져서 잘혀 그래도. 말을 허면 썩 잘혀.

 

헌디, 즈그는 헐래야 헐 수 없는 말을 내가 허고, 즈그는 들어야 알 수 없는 말을 내가 하거든. 그런게 뭐 제까짓 것들 소용있나?

 

그래 놓고는 말문 딱 닫아 버리고 “당신네 일 보시요”허고는.

'아, 참말로 미술가인가, 참말로 도인인가, 염세주의자인가, 무엇인가?' 이렇게 저놈들이 봐 가지고 나를 자꾸자꾸 알라고 해싸.

 

불고(不顧)해 버리고는, 있다 귀찮허길래 그만 오장치를, 저 보따리를 짊어지고 나 혼자 내려서 살살 영회루를 내려서 한참 걸어오니까, 아! 이 저석이! 그 의성서 싸운 놈, 그놈 그 김익수란 놈이 턱! 나와.

 

'대체 이 자식이 도인인가 보다. 도인이라 이놈이 나를 알고, 어디 간 줄을 알고 잡으러 왔구나, 저놈이. 인자 여그서 나를 갖다가 비벼 버릴라고 왔구나'

그러지마는, 그까짓 것 내가 절대 무슨 그러헌 디, 비벼 버린다고 고런헌 디 뭐 포구심(怖懼心)도 없고, 그때는 그런 것도 없고.

 

저놈이 척 나타나는디, 그놈 전면을 턱 봤자 아무것도 없어! 내 눈에! 아무것도 없어.

고런 놈이 밀대 갓을 딱 썼대. 옷도 잘 안 입고, 밀대 갓을 딱 쓰고는 앞에 척 나타나.

 

그러거나 저러거나... 그려도 내가 또 거그서는 암만 그랬드래도 거그서 턱 만나는디 인사를 했제.

"아! 익수 선생님이요?" 쾌활허게! "아! 익수 선생님 오셨네! 하! 이렇게 참 만날 줄 몰랐네" 그러고 인사를 척 헌게,

"아! 그래요!" 또 반가와허대. 조꼼도 그 어디 이러도 안 허고 반가와해. "아! 그러냐"고.

 

그래 가지고 오면서 그 고운사에서 서로 싸우고 그런 건 꿈에도 내가 얘기 안 해.

그깟짓 것 지내가 버렸으면 지내갔지, 그걸 내가 재개헐 것이 무엇이 있나? 안 두고는, 그냥 같이 내려온게, 인자 그때는 좋아서 반가와 험서 "아, 그 어디로 가느냐?"고 어쩌고...

 

나, 나도 "걸음이 뭐 어디, 내 걸음이 대종이 있소? 나도 이렇게..."(51분22초~1시간12분34초)

 

 

 

 

 

(2)------------------

 

그 거그서는 의성 고운사 지낸 중인 줄만 알고, 고운사 참선허는 선객인 줄만 알았다가, 옷을 또 그때는 그렇게 어디 변장 안 했은께.

옷을 변장을 해서 그리 입고 아, 이놈을 입고 온게 그 저석은 나를 봐도 모를 정도로 됐어. 옷을 그렇게 입고 나온께.

 

그러지만 내가 반가히 인사를 헌게, 아, 저도 반가와 혀.

둘이 떠억... 나를 인자 그만 참 반가와 혀. 아, 그것도 그 이상하등만.

 

반가와 하더니, 뒤에 사람 놈은 그건 무척 당최, 앞뒤를 서서 어디를 간다고 허면 질러간 놈도 있고, 뒤에 따라온 놈도 있고 그러지 같이 가든 안 해. 독행(獨行)을 허지.

그래 둘이 나허고 앞에 저 건네 안동을 바라보고... 영회루가 안동 밖에 있드구만. 뚝 떨어져 있어. 그래 둘이 척 들어가는디, 자꾸 나허고 저 간 데를 가자 햐.

 

'이 자식이 여그서는 좋게 반가히 인사하지마는 나를 어디 데리고 가서는 없애 버릴란가?'

그러지마는 그까짓 것, 뭐 상관없어. "그래 가자"고.

 

그래 간디 어디로 간고, 가 본게 안동 들어가서 그 어디 그 여러 대중 가운데로 들어가서—어디 그 나를 어떻게 죽일라면 죽일 수 있나? 어떻게 없애 버릴 수 있나? 뭐 사람들 많이 있는디.

그런게 안심을 허고는—그냥 산으로나 어디로 험악헌 디로 가자 허면은 나를 없앨 줄 알지마는, 그게 아니고 안동으로 들어간디, 뭐 상관있나?

 

아, 그래 들어가는디, 뻑뻑 얽은 놈이 있다가 하나 턱! 나오더니 "당신, 뭣 허는 사람이여?"

하도 이상헌게 다 그래 되아 버렸어. 그날 첫 날인디 인자, 첫 날 이걸 입고 나섰는디, 아! 이놈의 거!

 

"뭣 허는 사람이여?"

 

그때가 어느 때냐 하면 3.1 운동 바로 뒤여. 바로 3.1 운동 뒤라.

대단히 고등계에서는, 왜놈 고등계(高等係)에서는 조사가 기맥힐 때여. 조끔만 이상허면은 군자금 모집허러 댕기는 놈인가? 뭣 헌 놈인가? 글안하면 뭐... 야단이여.

 

그런디 나섰으니 어찌 되아.

조사는 뭐 굉장하제. '조사가 내 옷이고 조사가 내 밥이고 내 길이다' 이러고 나서 버렸은게 말헐 거 있나?

 

"그 뭣 허는 사람이여?" 또 고놈도 그래 물어. 한참 있다, 아무도 모르는 놈이 그렇게 물어.

 

인자 그럴때는 그놈이 분명히 그놈이 묻는 태도가 형사라. 형사가 인자 물어 가지고는 내가 인자 잡혀 가면 가 좀 들어앉을 요랑허거든.

유치장에가 들어앉어 있으면 뭐 밥 주겄당, 그 뭐, 뭐 지가 죽일라고? 그러고 나섰은게.

 

"아, 여보! 사람을 보고 뭐냐고 물어. 왜?" 대번 뭐 대답도... "왜 묻소? 사람 이름을?"

"내가 조사헐라고 묻소"

 

"아, 조사를 허면 뭔 무슨, 무엇을 어떤 조사를 바로 조사를 허제, 사람을 보고 뭐냐고 뭔 사람이냐고 물어?"

그래 놓고는 저놈 조사허기 전에 막 냅대 그만 내 주의 사상을 그만 한바탕 그것 인자 좀 해야 허겄대.

 

"나는... 내가 중이요. 중인디, 턱 그 내가 참 중이 되아 가지고 우리 부처님 정법을 내가 턱 배와 보니, 인유생노병사(人有生老病死)다! 사람은 생노병사가 있다!

생노병사가 있으니, 나서 늙어 병들어 죽은 것 밖에 없으니, 나는 사형무대 밖에 없으니 내가 나를 찾기 위해서 강호에 밥을 두고, 얻어먹고 댕기면서 내가 도 닦을라고 나온 사람이니 그 외에 더 의심헐 것 있으면 의심허라고.

범소유상(凡所有相)이 개시허망(皆是虛妄)이다! 모든 상 있는 것이 다 허망허다! 허망허고 무상해서 나는 다만 이렇게 나선 사람이니까, 그 외에 무엇이 있거든 조사해 보라!"

 

무상허고 허망허다고 허면 그만이거든, 그놈들은.

응, 허망허고 무상허다면 고등계 조직이 아무것도 안 되아.

그래서 그냥 마냥 세상을 무상허게, 세상을 허망허게,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으로 나섰다 하니, 의심헐 것이 없고.

 

이놈 의심이 설설 나게 허면 못써. 그래야 내가 좀 어떻게 내 길이 활발허지.

그래 그만 한바탕 설법을 척 해 버린게, "아! 그러냐!"고.

아! 거그서 오히려 감상담(感想談)으로 듣고 나를 갖다가 그 사람이 좀 가자고 허네. 김익수허고 같이 들어가는디, 가자고 헌다 그말이여.

 

"아, 여보시요. 이분허고 나 지금 같이 가자고 혀서 어디 시방 들어가는디, 이분은 어떡허고 당신을 따라가요?"헌게, "그 어디로 가요?" 물은게,

"나, 어디 좀 여관으로 간다"고 허고 그런게, "그 같이 가자"고. 아, 그래 따라 들어온다 그말이여.

 

그래 김익수허고, 그 형사허고, 나허고 서이 딱 따라오는디, 들어가는디 본 게 그 집이 하성경이—하성경이 나 안 잊어 버렸구만.

안동 읍내 하성경이 여관이여. 하성경이라고 문패가 붙여 있네. 하성경이 여관 집에 척 들어왔네.

 

아, 들어오고는 형사는 나를 보더니—인자 그 사람허고 나허고도 관계가 있어 온지는 모르고, 서이 그러고 온 것 같이 떡 들어오니까, "배 고프지요, 당신?" 그려, 형사가.

"아, 배고프지마는, 어디 내가 뭐 인자 밥을 좀 어디 얻어먹어야겄소" 그런게, "아, 그러냐"고.

 

외 장사가 있은게, 외를 요만헌 놈 하나를 사 주대, 나를. 아! 그놈 좋대.

배는 슬 고픈디, 외 하나를 안동에 유명헌 외를 사 주어. 안동은 외가 좋아.

아! 그놈을 사 주어 먹으라고 해 고맙게 내가 먹었어.

 

그놈 앉어 깎어 먹고는 그럭저럭허다 놀다 가서 가는디, 그놈은 내가 물었어. "형사 이름이 당신 뭐요?"헌게 김천석이여. 그래 거그서 그 정도 얘기허고는 나 외 하나 사 주어서 그 자시고.

 

"내가 여까장 따라 들어와서 그 좀 대접이나 좀 허고 할라고 했더니, 당신이 하도 그 세상을 모도 무상허게 허망허게 보고 이렇게 나왔으니, 나도 그 말을 듣고 참 퍽 감상이 깊었소. 나도 역시 내가 이렇게 진세(塵世)에 살기는 살지마는 모도 무상허고 허망하요. 나도 언제든지 내 이 옷을 벗어 버리고 나도 출가 헐 마음이 있소" 아, 이려!

"그래야"고, 그러고는.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시방 향방(向方)없이, 어디 향방이 별로 없이 가니 어디로 가요?"

그래 내가, "나는 이 길로 여그서 안동서 인자 이리 해서 저 금강산을 바래 보고 가요. 금강산까장 좋은 산천 구경가요"

 

"그러냐"고. "나도 인제 가을에나 금강산 갈런지도 모르겄다"고 이러고... .

그때는 금강산이 뭐 상관있나? 문 다 열렸은게.

 

작별을 허고는, 인자 김익수허고 같이 인자 거그서 지금 좀 있는디, 또 와! 모여들어 가지고는 사람이 또 그만 집이 빡빡햐. 그 가끔 댕기는 집인갑등만.

 

아, 이 저석이 떡 앉었더니 마루장을 발로 요리 디디고, 나를 보라고 헌가 부여. 요리 막 요걸로 요리 해 버린게 폭 들어가 버려, 마루장이.

자석! 그 녀석 또 인자 그걸 보이여. 바둑으로 깬 바둑 내가 봤는디 그 짓을 혀.

 

'자식이 또 나한테 저놈을 뵈이는구나. 나를 저렇게 죽여 버린단 말인가, 어쩐가?' 날 본디 그려.

또 앉었더니, 목침이 옆에 이만헌 놈 있어. 목침을 요리 해 가지고는 요래 가지고 요래 버려.

'아 이 자식이 또 저런 목침을 가지고 나를 갖다 위급(危急)을 주고 저놈이 허는구나'허고.

 

요래 가지고 딱 따개 버려. 그거 참 희한허다 그말이여. 그 아무리 기운 센 사람도 못할 것인데.

그러더니 그 다음에는 또 촌놈이 인자 대통을 가지고 모두 와서 인자 큰 도인 찾아 본다고 와.

 

모도 인사 받고는, 대통 요렇게 큼직헌 놈을 가지고 와 이러고 앉었은게, 요러고 앉었은게,

“그 대 그 좋다! 대가 그 대통이 좋은디!” 쇠, 큰 이만헌 큰 놈 단 놈 그 대가 있어. 대통을 요래 버린게 팩 삐뚜러져 버려. 아! 이놈의 저석 허는 지정머리가 참 굉장해.

 

안동에 '김익수, 김익수' 다 알아. 모르는 사람이 없어. 그래도 나는 인자 그래도 그때 처음 들었제, 내가 그 전에 있는지 없는지 몰라.

그래도 뭐 나한테는 인자 그렇게만 보이제, 그렇게 나를 갖다가 요래 버릴라고는 안 헌 것 같애.

 

그래 인자 밥을 사줘. 밥을 사줘, 밥을 잘 사줘서 아! 고맙게 밥 먹었제.

밥 먹고는, 그놈들한테 섞여서 내가 오래 그래 있을 수도 없고, 또 그놈이 나를 뭐 붙잡고 어디 가자고도 안 허고.

 

그래 "자, 김선생님 교화 잘 허시고, 모도 다 포교 잘 허시고, 아무쪼록 도인 모도 만들아 주십시요. 나는 갈랍니다"

"아! 어디로?"

"아, 내가 어디로 갈 곳이 어디 있소? 내가 그냥 이대로 나가는 사람인디"

 

"아, 그래야고? 하룻밤만 나한테 자..."

"아이고, 난 인자 가야겄소" 그러고는 나 인자 거그서 떨쳐서 안동 제비원으로 들어왔구만.

 

거그서 또 시작해서 인자 그런 것들을 말이여, 가끔 만나거든. 그리 나서 본께.

이상스러운 놈의 종자를 설찬히 만난단 말이여.

 

절도 인자는 그때는 안 가고, 그다음에 인자 산으로 어디로 해서 가서 인자 그러고 댕기는디.

거그서 인자 그 안동 제비원으로 해서 오대산을 들어갔구만. 큰 명산은 구경허야 되겄길래 오대산을 들어갔구만.

 

오대산을 들어가서 큰 절에 그런데 중들 있는데, 어디 무슨 뭐 거지로 그런데 들어가서 거 어디 무슨 뭐 공소방에 잘 수도 없고.

오히려 또 중노릇 환히 허다가 그렇게 나간 사람이 그런디 저런디 당최 그것들 대허기도 싫고 말도 않고 허니깐, 저 월정사를 그대로 거쳐서 상원사도 그대로 거쳐서 도량만 보고는 거쳐서 그럭저럭 오후가 됐는데.

 

7월 달이여. 그때 7월 달이여. 어떻게 비는 와쌌고, 안개는 꽉 찌어서 험악헌디, 에라! 이것 올라가서 조용헌 데 가 잘밖에 없다고.

상원사에서 오후 아마 한 두어 시나—그때 뭐 시계가 있나, 뭐 있나, 짐작컨댄 오후 한 두어 시나 되아서 떠나 가지고는, 중대(中臺)를 거쳐서 중대에서 인자 북대(北臺)를 올라갔는데.

 

생전 처음이지, 길을 아나?

북대를 올라가는데, 안개가 꽉 찌어서 이슬 속에 비는 촐촐촐촐촐 오는데, 북대를 겨우 올라가 가지고는 북대 절에 가 잘라 하니까,

모도 말허기를 "거, 북대가 그 아주 험악허고 요새 험상스러운 일이 일어나서 야단났다"고 어쩌고 그려.

 

그까짓 험상스런 일이 나고 뭐 뭐, 무엇이 들어와서 모도 어쨌다고 그러지마는, 그까짓 녀러 것 그런 것 무서워서 못 갈 것도 말 것도 없고, 집이 있으면 자는 것이고 그렇제.

"누가 들어와 있냐"고 헌께, 웬 중 하나가 있다고 그려.

 

북대를 찾아 올라가니까, '다디미 돌을 들어 가지고 사람을 죽여서 때려 죽였다'고 헌 그런 그 무슨 말을 듣고 왔는데, 피가 그대로 있어. 피가 그대로 있고, 사람 비어 버리고 암것도 없어.

 

7월 달인데. 아, 이것!

중 하나도 거그가 있을라고 갔다가 그만 악사(惡事)가 난께 가버렸다 하등구만. 그래 집이 비어 버렸어.

 

나도 그걸 보고는 잘 수도 없데.

에, 이놈의 것 잘 수도 없는 게고, 그놈 그렇게 집이 되았으니 뭐 어디 있을 수도 없고.

 

북대 뒤로 해서 넘어가면은 신계사가 어디 있다 하드구만. 여그 본 사람 다 없는가 몰라도.

신흥사! 북대 뒤에서 어디로 올라가면은 신흥사가 있다고 그래서... 넘어갈 밖에 없다고.

해가 얼매 된 지도 모르고 그냥 시계도 없고, 안개는 꽉 끼었고.

 

그래 거그 들렸다가 북대에서 무슨 신배령을 넘어서 거 어디로 간다고 그래서.

아! 이놈의 거, 여기 요래 요렇게 자꾸 가면은 재니께, 인자 신배령이니께, 신배령 재로 올라간 줄만 알고는 올라가니까, 한참 올라가니까 날이 저물어 버렸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날이 저물어 버렸네.

 

인자 이거 나 가다 고생헌 것이로구만, 이거.

그 고생헌 것 고런 거 좀 집어 넣으라고 해서 시방 말하는데, 요까장은 다 한번 허고 싶어.

 

그런께 내가 비로봉은 생전, 오대산 비로봉은 생전 꿈에도 못 봤지마는, 못 본 디인디, 밤중에 비로봉을 올라간 그 얘기여, 이게.

 

알도 못헌... 뭐 알았나?

이렇게 신배령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는 자꾸 올라간 것이 한참 올라가다가는 질(길)이 없네, 밤에.

 

질은 있다 한들 알 수가 있는가? 조그만허게 질 같은 데 올라가다가는 질이 없어.

오대산... 밤중에 내가 7월 달에 그 비 오는 안개 속에 올라간 건 나 하나밖에 없을 게로구만.

 

그래 올라가는데, 적멸궁(寂滅宮)에서 보면 그대로 본게 바로 터졌는디, 그걸 모르고는 이렇게 올라 가지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가서 길을 잊었는데.

첩첩헌 산중인디, 그 몇 아람드리 된 그런 전낭기가 딱! 그만 엎어졌어. 자빠졌어, 썩어서.

 

엉클허니 이파리 다 떨어지고 뼉따구만 남은 놈이 산을 이리 가로막았는디, 고놈을 뚫고 넘어갈라면 기가 맥혀. 전나무 그 저 뻑다구 생긴 놈 기맥힌... 못 넘어가 그놈은.

 

어디로 어디로 뒤뚫어서 밤인데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넘어가면 또 그런 것 또 있고.

 

곰이란 놈이, 그래도 그 산중에 밤에 곰은 안 보이드구마는, 똥은 담뿍 싸서 똥이 그만 금방 싼 놈이 있어. 아주 곰똥도 시커먼 것이 우습대. 그런 놈을 드리 싸 놨는디.

고 밤에 곰똥인지 뭔 지랄 똥인지 분간도 못허지마는, 그런 디를 뚫고. 가고 또 올라가다가 이런 또 바우가 있으면 바우를 피해서 올라가고. 나는 재인 줄만 알고 그랬다 그말이여.

 

그놈이 신통이 났으면 그 다 알테지마는, 무슨 놈의 신통이 어디 거가서 무슨 신통이 소용이 있나?

 

아, 그래 가지고는 얼마 올라갈 때에 그 담을 딱 싸논 데가 무엇이 있드구만. 이래 판판허니 무엇이 하나 나와.

근데 무엇인고 싶어서 그대로 알고는 아무것도 없은게 도로 얼마 올라가니께 인자 산꼭대기로 올라갔는데, 네모진 돌에다가 이렇게 십자를 그어 놓은 것이 해 놨는디 밤에 봐도, 캄캄헌 밤이자마는 그래도 그 들여다보면 대강 그—구름 속에 달이라도 뭐 있는 날 저녁인가—비로봉이라 써 놨어.

 

내 그래 그때 비로봉인지 알았구만.

비로봉, 오대산 비로봉에 그 '열 십(十)'자 있고 비로봉 돌 박어 놨드구만, 그래도. 그 높은 디도 기명(記名)해서.

 

'아하! 이게 비로봉이로구나. 이게 밤중인지 낮인지 알 수 없다마는, 여그서 내가 이렇게 올라왔으니 이렇게 내려가면 동으로 갈 것이다' 밤에 짐작으로.

 

짐작이 소용있나? 여그인지, 여그인지 몰라, 그래도.

'에라! 이놈의 것 그만 여기서 이렇게 온 데로, 온 데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저리 내려갈 밖에 없다'고.

 

내려가는 놈의 데가 질이 있나, 뭐 있나?

그 첩첩... 오대산이 그렇게 민산 같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올라가면 기가 막히게 험악혀! 속이.

그런 데를 비젓고 내려가면은 이놈의 옷이 보따리 하나는 쥐었지마는, 하나는 짊어졌지마는, 그 가시덩쿨 속에 한 토막썩 다 찢어 갔어. 가시가 다 찢어 가. 옷, 그 다 찢겨 버렸어.

 

다 찢기고는 이런 놈의 데를 내려와 가지고는 날이 샌지, 무엇이 샌지 알 수가 없는데.

앞에서, 밤에 뭐냐면, 무엇이 그 얼매나 되아—이만헌 놈이, 아! 저 작것이 도망가면 허지마는 도망 안 가고 내 앞으로 오네!

 

아, 이 빌어먹을 게 호랭인갑다고. 꿈에 말여, 아니 저 밤에.

호랭인갑다고 그러고는, 이것 호랭이란 놈은 엎뎌서 기어오면 사람을 잡어먹는다는디, 안 달어나고 저 빌어먹을 것이 앞으로 온다 그말이여.

 

그 지경 된게 인자 그렇게 무서운 건 뭐 그런 것은 없등만. 밤에 나서는 그러니... 나도 짐승처럼 기어 내려간께.

아! 그러다가 앞에 오더니 그냥 둥그르르 궁글어 버려!

 

아, 이런 빌어먹을 게 무엇인가 싶어서... 그래 큰 놈이대. 하여간 큰 놈인디, 이만헌 놈인디, 그게 그 고슴도치인가 비여. 인자 생각해 본게, 그전에는 몰랐는디, 보든 안 했는디.

그 나중에 인자 말을 헌게 고슴도치라고 허드구만. 대갈빡도 없고 암것도 없고 터럭만 이렇게 있어. 이렇게 큰... 꾸적 꾸적허니 있어. 그래도 그 인자 대들든 안 허고 그런 것인게, 그냥 그대로 그만 나왔제.

 

그 어떻게, 밤에 어쩔거여. 좀 무섭기도 허고 어쩌고 허지만 그냥그냥 그래 피해서, 좌우간 어디 인가(人家) 있는 디가 내려간다고 내려가니까,

밭이, 산전에 그 모도 냉기를 베서 불을 태운 밭이 있어. 아무리 사방을 봐도 집도 없고 헌디 그런 밭만 있드구만.

 

이게 사람은 분명 사는 데인디, 그놈의 디다가서 밭에다가 뭘 심어 놨는디, 무엇을 심었는고 하니 산중에 그 피—산중에 심는 뭐 요런 주먹같은 놈의, 낮에 본게 그게여.

그런걸 심어 가지고 따 먹는 게 있는데, 고걸 모두 심어 놨는데, 서석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고런 것이 산중 심은 게 있드구만.

그러고 그 다음에 감자 심으고 메밀 심으고 헌디, 메밀은 또 좀 야지(野地)가 메밀이 되지, 그렇게 높은 데는 안 되아.

 

아, 그런데 사방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디, 샘이가 있는디, 하나가 발견했는디, 흘러 내려오는 샘인디 바가치가 하나 있단 말이여!

 

하! 여그는 사람이 살기는 분명히 사는데 어딘고 싶어서 그 집을 꼭 찾아야겄는데 허고, 조금 있은게 저 밑에서 불이 빠짝해.

아따! 이거 참, 그 불 빠짝허니 아마 그 집인가 보다하고, 거그를 향해서 내려간께 집을 움막집을 요렇게 나무를 요렇게 꺾어서 요렇게 우물 자 정(井)으로 지어 놨드구만.

 

그래 그 앞에 가서 "주인, 주인!" 부르니깐,

한참 있더니 "아! 거 누구요?" 그래서,

 

"아! 여보시요, 내가 길을 그릇 들어 들어왔으니 나를 좀 구해 주시요"

"아, 어디서 이렇게 오요?"

 

"아, 내가 지금 오대산서..." 그 말을 해야 겄길래,

"오대산서 중대로 해서... 오대산 중대로 해서 중대서 이렇게 넘어오다가 그 산상(山上)에서 모두 질을 잃어 가지고는 이렇게 넘어 왔소"헌게, 아!... (1시간12분34초~1시간33분25초) (일대기 9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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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孤雲寺) ;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騰雲山)에 있는 절. 신라 신문왕 1년(681)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제16 교구 본사로 되어 있다.

*선객(禪客 참선 선/손님·사람 객) ;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

*대사(大事) ; 큰일(결혼, 회갑, 초상 따위의 큰 잔치나 예식을 치르는 일).

*무애행(無碍行) ; 거침없는 행동. 거리낌 없는 행동.

*오장치 ; ‘오쟁이’의 사투리.

*오쟁이 : 물건을 정돈하거나 담아 두기 위하여 짚을 엮어서 만든 작은 섬(곡식을 담기 위해 짚으로 엮어서 만든 자루).

*자석 ; 자식(子息, 남자를 욕할 때 '놈'보다 낮추어 이르는 말)의 사투리.

*차력(借力) ; 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려 몸과 기운을 굳세게 함. 또는 그렇게 얻은 힘이나 그런 사람.

*남포 ; 도화선(導火線 폭약이 터지도록 불을 붙이는 심지) 장치를 하여 폭발시킬 수 있게 만든 다이너마이트.

*남폿돌 ; 남포를 놓아 캐낸 석재(石材).

*참선(參禪) ; ①선(禪)의 수행을 하는 것. ②내가 나를 깨달아서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봐 이 생사 속에서 영원한 진리와 하나가 되어서 생사에 자유자재한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는 수행.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하는 수행.

*정법(正法) ; ①올바른 진리. ②올바른 진리의 가르침. 부처님의 가르침. ③부처님의 가르침이 올바르게 세상에 행해지는 기간.

*답삭 ; 왈칵 달려들어 냉큼 물거나 움켜잡는 모양.

*외도(外道 바깥 외/길 도) ; ①불교 이외의(外) 다른 종교(道)의 가르침. 또는 그 신봉자. ②그릇된 가르침, 그릇된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

*감토 ; '감투(예전에, 머리에 쓰던 의관衣冠의 하나. 말총, 가죽, 헝겊 따위로 탕건과 비슷하나 턱이 없이 밋밋하게 만들었다)'의 옛말.

*신여성(新女性) ; ①개화기(開化期) 때에, 신식 교육을 받은 여자를 이르던 말. ②개화기 때에, 서양식 차림새를 한 여자를 이르던 말.

*개화기(開化期) ; ①1876년의 강화도 조약 이후 우리나라가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아 종래의 봉건적인 사회 질서를 타파하고 근대적 사회로 바뀌어 간 시기를 이르던 말. ②외국의 사상이나 문물을 받아들여 한 사회의 사상과 풍속이 새롭게 바뀌는 시기.

*히가미사시 ; 히사시가미(ひさし-がみ, 庇髮 챙머리). 앞머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이마 위에 불룩 내밀게 추켜올려 빗고, 뒷머리는 정수리나 후두부에 틀어 올린 머리모양.

일제시대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의 하나로 히사시가미 스타일은 서양에서 먼저 유행하던 것을 1900년 경 일본 여성들이 본떠서 유행시켰고, 그것이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당시 여학생들이 열광적으로 따라 해서 1920년대 초까지는 여학생을 부르는 별칭이 히사시가미였을 정도였다. '오가미상おかみさん머리' '북상투' '말똥머리' '쇠똥머리' '쥐똥머리'라고도 불렀다.

*면경(面鏡) ; 주로 얼굴을 비추어 보는 작은 거울.

*불고(不顧 아니 불/돌아볼 고) ; 돌아보지 않음.

*포구심(怖懼心 두려워할 포/두려워할 구/마음 심) : 두려워[怖懼]하는 마음[心]. 두려운 마음.

*밀대 ; '밀짚'의 사투리.

 

 

 

 

 

------------------(2)

 

*당최 ; 도무지(아무리 해도, 이러니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영.

*고등계(高等係) ;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한국인의 독립운동 및 정치적, 사상적, 문화적 움직임을 감시하고 탄압할 목적으로 둔 경찰의 한 부서를 이르던 말.

*생로병사(生老病死) ; 중생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주요한 네 가지 현상. 출생하여 나타나는 현상을 생(生), 노쇠하는 현상을 노(老), 병든 현상을 병(病),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사(死)라 한다.

생사를 반복하는 윤회의 일반적 형식으로서 사상(四相)이라고도 하고, 이것이 고통이기 때문에 사고(四苦)라고도 한다. 생로병사가 사라진 경계가 무위법(無爲法)인 열반(涅槃)이다.

삼라만상의 사상인 생주이멸(生住異滅)과 세계의 생성소멸 과정을 나타내는 성주괴공(成住壞空)도 동일한 형식이다.

*진세(塵世 티끌 진/세상 세) ; 티끌[塵] 같은 세상[世]. 정신에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위급(危急) ; 몹시 위태롭고 급함.

*지정머리 ; 무엇을 하는 짓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설찬히 ; 솔찬이. 솔찬히. ‘아주 많이. 상당히. 제법’의 사투리.

*중대(中臺), 북대(北臺) ; 오대산 상원사의 산내 암자.

*다디미돌 ; '다듬잇돌(다듬이질, 구김이 없이 반드러워지도록 옷감 따위를 두드리는 일을 할 때 밑에 받치는 돌)'의 사투리.

*암것 ; '아무것(①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어떤 것 일체. ②특별하거나 대단한 어떤 것)'의 사투리.

*악사(惡事) ; 악한 일. 나쁜 일.

*적멸궁(寂滅宮) ; 적멸보궁(寂滅寶宮).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한 사찰 당우(堂宇) 가운데 하나. 이 불전에는 따로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佛壇)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참고] 적멸(寂滅 고요할 적/다할•끊어질 멸) : ①번뇌의 불을 완전히 꺼버린 - 탐욕(貪)과 노여움(瞋)과 어리석음(癡)이 소멸된 - 마음의 궁극적인 고요함. 적정(寂靜)으로 돌아가 일체의 상(相)을 여의고 있는 것. ②열반, 부처님의 경지, 깨달음.

[참고] 당우(堂宇) ; 정당(正堂)과 옥우(屋宇)라는 뜻으로, 규모가 큰 집과 작은 집을 아울러 이르는 말.

*민산 ; 겹산(겹山, 여러 겹으로 된 산)이 아닌 홑산(한 겹으로 된 산).

*작것 ; 잡것(雜것, 잡되고 상스럽거나 좋지 못한 사람이나 생물을 이르는 말)의 사투리.

*서석 ; '조(볏과의 한해살이풀. 오곡五穀의 하나로 밥을 짓기도 한다)'의 사투리.

*야지(野地) ; 산이 적고 들판이 넓은 지대.

*바가치 ; '바가지'의 사투리.

 

 

Posted by 닥공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