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산무이선사선경어(博山無異禪師禪警語) (3/18) 박산무이선사의 선경어.

**전강선사(No.369)—박산무이선사 선경어(3) (갑인.74.01.12.새벽) (전369)

 

약 17분.


화류구안색(花柳舊顔色)이요  헌창무주인(軒窓無主人)이니라
나무~아미타불~
종명서악사(鐘鳴西嶽寺)하고  송죽벽운루(松竹碧雲樓)니라
나무~아미타불~

공부를 짓되, 최파탐착정경(最怕耽着靜境)이여. 화두를 척 헐 적에 자꾸 정경(靜境)만 찾아. 고요헌 디만 찾아서 조용한 디서만 화두를 자꾸 익힌다. 아무 사람도 없고 무인(無人) 경계, 나 혼자 적적한 경계, 조금만 사람이 옆에 있어도 그 화두는 내던지고, 그만 공연히 자작(自作)을 이루어서 무슨 경계에 불려서 그러면 안된다.

어떤 곳을 향하든지 아무리 분다(紛多)한 경계라도 그 분다한 분주헌 경계가 내게 있는 것이지, 경계(境界)에 있는 것이 아니여. 경계에 붙은 것이 아니여. 내가 공연히 그 시끄러운 경계를 따라서 내 마음이 공연히 분다(紛多)한 것이지, 천만 경계가 분다한 경계가 온다한들 내가 거기에 무슨 조금치나 내가 묻을 것이 뭐 있나? 거 가서 간섭헐 것이 무엇이 있나?
분다하거나 말거나, 제 시끄럽거나 말거나, 경계가 아무리 뒤흔들거리거나 말거나, 따악 항상 챙겨라. 세상에 조사관(祖師關)이라니! 어째서 조주 스님은 판때기 이빨에 털 났다고 했냐 말이여? 도대체 무슨 도리냔 말이여, 그게?

네 지견(知見)으로 무엇을 붙이냐? 거그서 붙일까 보냐? 붙여서 따져서 '오! 그런가 보다' 해놔 봤던들 그것이 조사관(祖師關)일 까닭이 있나? 그만 알 수 없는 놈이 저절로 툭 터져 번지면은 백천공안(百千公案)이 일관도천(一串都穿)이다. 한 뀌엄지에 그대로 뀌어져 버렸어.
언제 무슨 다른 도리, 다른 공안을 생각할 여지도 없어. 뭘 생각혀? 그대로가 내 근본 진법신(眞法身), 생사 없는 해탈신(解脫身)인디.
허! 어떻게 요리 생각허다가 알아? '오! 그런 겐가?' 그러다가 뭐 따져서 세상사 알듯기 '오! 그런가 보다'고 알아? 그거 소용없다.

아무리 어려운 경계, 분다한 경계가 온다한들 내가 관계하지 아니할 것 같으면 그 내 그대로 항상 화두(話頭)는 독로(獨露)되어 있으니, 어떠헌 분다한 경계에 가서 화두가 어디 그 잽히니, 거기에 그놈 분다한 경계에 무슨 끌리지 아니허니, 조용헌 경계는 제대로 그대로 화두가 독로될 것 아니냐?
왜 시끄러운 것을 공연히 장난을 이루어서, 공연히 내가 거기에 장애를 이루어서 왜 화두를 분실헐 것이 뭐가 있나? 가만히 화두를 조고(照顧)해라. 화두를 항상 돌이켜 비추어라.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는고?' 아! 그 하나, 그 염(念) 하나 갖추기가 천하에는 그렇게 쉬운 것이 없는데, 어째서 그렇게도 안 되느니 되느니 거다가서 공연히 저 혼자 제대로 공연히.. 되고 안 되는 것이 어디 있어서? 안 될 것이 어디 있으며, 뭐 '된다'는 상(相)이 또 어디 붙어 있나? 그대로다.

세상에 해탈 정법이라니! 거그서 나오고, 해탈 정법을 거그서 이루고, 거그서 내가 견성성불(見性成佛)허는 그 참 기가 맥힌 근본 도리여, 화두(話頭)가!

사인(使人)이, 사람으로 하여금 곤우고적(困于枯寂)허다. 모도 사람이 고적(枯寂)헌 디, 곤(困)헌 디가 딱 들어앉아 가지고는 그만 고적해서, 고적(枯寂)은 잠 오고 만다. 잠이 딱 들어와서 그만 뒤덮어 버린다. 일월을 구름이 덮어버리듯기 화두를 망념 망상 그놈이 이불 덮듯기 뒤덮어버려. 아! 이런 꼴이 있나?
왜 그 소소영령(昭昭靈靈)한 그 알 수 없는 기가 맥힌 의단독로(疑團獨露) 도리를 그놈이 와서 탁 덮어버리도록 그대로 고적(枯寂)한 데가 잠겨 있나? 가만히 앉아서 잠잔다고, 잠이나 자고 그러고 앉았나 말이여. 앉은 잠이 더 맛이 있고 더 좋지. 그 왜 앉어 잠이나 잘라 하면은 뭣할라고 참선헌다고 공연히 흉내만 내고 있느냔 말이여.

불각부지(不覺不知)로구나. 잠이 와서 화두를 덮어버리면 화두 언제 거각(擧却)할 때가 있으며 거기에 그만 덮여져버렸으니, 이 홑이불 같은 이불에, 딱 잠 그놈 위에 그놈 위에 딱 덮여져버렸으니, 그놈아 잡혀버렸으니 무슨 각(覺)이, 화두 거각할 각(覺)이 있으며, 화두를 언제 챙길 겨를이 있나? 없지.
그거 한 번 해봐, 두 번 해봐, 앉으면 고적(枯寂)헌디 체해서 희수(喜睡)헌디, 잠 다 자는디 뭔 놈의 도(道)가 되겄냐 생각해 봐라.

그놈의 그 잠 무섭다. 잠 같이 무서운 놈이 없어. 차라리 잠이 아니고 망상 그놈이 일어날 때는 산란심 망상이 일어나다가도 화두를 챙길 때가 있지마는, 잠 그놈은 그럴 겨를도 없다. 한번도 챙길 때가 없다. 딱! 잠한테 잽혀가지고 거 못쓸 지경이여.

동경(動境)은 인다염(人多厭)하고, 조금만 시끄러우면, 뭐 밖에서 시끄러운 경계라든지, 어디 옆에서 시끄러운 경계라든지, 조금만 그런 경계가 있다면 그만 인다염(人多厭)헌다. 모도 싫어한다.
참선헌다고 허면서 그걸 싫어해서 얼른 화두는 내버리고 그 싫어헌 생각 가운데 가서 '에이!' 시끄러운 데 가서 공연히 그만 제대로 화두는 언제 내던져 번지고는, 화두는 간 곳 없고는 분다(紛多)한 놈만 가지고는 싫어헌다. 숭악허게 그만 장애가 되아 불린다.

정경(靜境)은 인다불염(人多不厭)이다. 고요헌 경계는 '아따! 여가 참 조용허고 좋다' 한 놈이 '조용헌 것이 좋다' 한 놈이 따악 또 들어와서 화두에 설찬히 그놈이 방해가 된다. 공연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생각 그놈이 들어서 화두가 어디로 도망가게 맨들아 버린다 그 말이여.

그래 정경(靜境)이나 동경(動境)이나 그놈이 내 마찬가지로 방해한 놈이란 말이여. 화두만, 그저 알 수 없는 화두만 정경(靜境)이고 동경(動境)이고 기타 무슨 경계가 온다한들 두어버리고, 그놈만 따악 챙기는 법이지. 틀림없지.
그러면은 정경(靜境)이고 동경(動境)이고, 고 같은 놈의 경계가 뭐 악한 경계나 선경(善境)이나 다 같이 모도 화두에 방해인디, 좋은 마음이나 나쁜 마음이나 그놈이 두 가지가 다 그놈이 화두를 해롭게 하는 놈이란 말이여.
화두만 챙겨라. 기타 제경(諸境)에 화두만 들어라. 염기(念起)를 불파(不怕)하고, 일어나는 모든 반연경계(攀緣境界) 두려워허지 말고, 무서워허지 말고, 화두만 챙겨라. 당장 해 보란 말이여.

양이행인(良以行人)이, 진실로써 도 닦는 사람들이 일향처훤료지장(一向處喧鬧之場)하다가, 항상 저 분다(紛多)한 경계를 피해버리고 도를 닦을라는 마음을 가져.

인자 '방선(放禪)했으니깐 일없다. 그것 뭐 방선' 화두 턱 내던져 버리고는 시끄러운 경계를 향해서, 바깥 외경을 향해서 공연히 허댄다. '아직 방선 시간도 멀었거니 그까짓 거 뭐' 아무 화두 챙긴 마음이 없이 아무 무관심허고 그럭저럭 그럭저럭 또 그만 화두, 그 방선 시간을 보내 버린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 방선 시간 그 시간을 그만 헛되이 보낸다 그 말이여. 이럴 수가 있나?
그런 시간 저런 시간 다 떼번지면은 세상에 일생(一生)이 얼마 되나? 도 닦는 시간이 얼마일 것인가? 그 방선 시간에 더욱 주의해서 화두를 들고, 경행(經行) 경보를 해라.

좌(坐)와, 앉으나 서나 화두를 조고(照顧)해라. 화두를 늘 돌이켜 항상 거각(擧却)해라. 그 시간이 얼마냐? 방선 시간이 참선 시간보담도 오히려 방선 시간이 더 많으니 그 시간이 얼마냐?
그 시간을 온당하게 해 놓을 것 같으면은 그 얼마나 그 광음(光陰)을 옴뽁 내가 그 참 허비 허송허지 않고, 그 광음을 온당히 잘 참 받아들여서 하나도 공부에 뭐 어디 실패가 있나? 그러헌 방선 시간에 잘해라.

일여정경상응(一與靜境相應)하면, 한번 정경(靜境)을 떡 상응(相應)허면은, 좋은 조용한 경계에 내가 찾아들어서 그 정경(靜境) 속에서 화두를 처억 추켜들고 공부를 헌다고 허면은, '고 정경(靜境) 좋다' 한 놈이 들어와서 거기서 또 별놈의 념(念)이 다 일어난다. 똑 좋은 엿 먹는 것 같고, 좋은 꿀 먹는 것 같고, 뭔 경계가 시원허고 좋고, 모도 이러헌 지경이 또 그 정경(靜境)에서는 일어나는 것이다.
벌써 정경이 좋다 하면, 정경(靜境)에 착미(着味)를 헐 것 같으면, 이놈의 심착(心着)이라는 게 무섭다. 아무리 좋다 허지마는 좋은 경계가 그놈이 착(着)이 들어와서 화두에는 무척 방해가 되는 법이여. 그러니 그런 정경(靜境)만 상응(相應)해 가지고는 자꾸 도(道)만 닦을라 하고 그러지를 말아라.

정경(靜境)이고 동경(動境)이고 막 잡아 나가거라. 막 닦아 나가거라. 그저 그놈만 그저 챙겨라. 네 챙길 것은 공안 화두다. 그저 항상 주삼야삼(晝三夜三)에 여타상응(與他相應)이다. 화두 그놈으로 더불어서 꽉 그만 응해져서 내외가 어디 있으며, 거기에 무슨 잡교가 있을 것이냐?

여인(如人)이 권구희수(倦久喜睡)라가, 어떠헌 사람이든지 도를 닦는다고 들어와서 그 희수(喜睡)허다가, 잠잔 디 요렇게 잠만 자고 있는 디 가서 칩거(蟄居)허다가, 그 재미가 있다.
한 번 해봐, 두 번 해봐, 참선 시간이 오면 돌아앉아서 안벽관심(眼壁觀心)헌다고 화두를 해보지마는, 그놈이 그만 잠에 반해서, 잠에 그만 꽉 그만 습관성이 거기에 그만 되어 가지고는, 습관이 딱 되어 가지고는 항상 그렇지. 앉으면 자지. 뭐 틀림없지. 앉으면 잘라고 헌 것이지. 그게 뭐냐 하면은 권구희수(倦久喜睡)여.

그 권태(倦怠) 경계 일어나서 몸은 곤(困)허고 앉어 자는 것 그거 희수(喜睡), 기껍다 말이여. 따악 자고 있구나.
안득자지야(安得自知耶). 어찌 자지(自知)를 얻을까 보냐. 언제 견성성불(見性成佛)을 헐까 보냐? 고렇게 네가 허송허고 소비해 버리고 광음을 허송해 버리고 언제 네가 도를 닦아서 너를 깨달라서 생사해탈을 할까 보냐?

기맥힌 말이지. 그 공부해 들어가는 데 모두 여러 가지를 그 단속해 주는 것이여. 일체 처소에서 그렇게 화두를 여지없이 다루어 독로(獨露)를 해라. 시간 허비치 말어라.(처음~16분59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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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화류구안색(花柳舊顔色) 헌창무주인(軒窓無主人)’ ; 『청허당집(淸虛堂集)』 (동국대 역경원) p60 ‘訪祖室 - 조실(祖室)을 찾다’ 게송 참고. (禪心猶感慨 經卷沒床塵 花柳舊顏色 軒窓無主人)
*(게송) ‘종명서악사(鐘鳴西嶽寺) 송죽벽운루(松竹碧雲樓)’ ; 『청허당집(淸虛堂集)』 (동국대 역경원) p61 ‘遊西山 - 서산(西山)에 놀다’ 게송 참고. (暮山客迷路 笻驚宿鳥心 鍾鳴西嶽寺 松竹碧雲深)

Posted by 닥공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