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 자신(自信)2019. 11. 20. 12:33

 

 

§(133) (게송)연비산산공착영~ / 대흥사 고시생의 공부 모습 / 과거 도인(道人)들의 정진 모습[선관책진(禪關策進)].

 

**송담스님(No.133)—1981년 1월 첫째일요법회 (용133)

 

약 10분.

 

연비산산공착영(連臂山山空捉影)한디  고륜본불낙청천(孤輪本不落靑天)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오늘은 신유년, 양력으로 1월 4일 첫째번 일요법회날입니다.

그동안에는 모든 법회를 아침 오전 11시에 시작을 했었는데 오늘부터서는 첫째번 일요법회에 한해서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날씨도 매우 춥고 그런데 이렇게 많이 참석을 해주셨습니다. 법당이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아서 좀 춥습니다.

 

산승(山僧)이 연전(年前)에 해남 대흥사에서 있을 때, 그때 고려대학 학생들, 모다 서울대 학생들, 연세대 학생들, 대학생들이 모다 고등고시 준비하기 위해서 대흥사 절에 방을 빌려 가지고 와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이 여러 명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건대 밤잠을 안 자고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 자기집에서는 부모 밑에서 다 호강하고 그런 학생들인데, 그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그 절에 그 씁씁할 우거지 된장찌게에다가 김치 한 가지 놓고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도 반찬이 없단 말 하지 아니하고.

그리고 밤에면 밤을 패서 공부를 하는데,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이 공부를 하다가 잠이 오면 밖에 나가서 달음박질도 하고 그 얼음을 깨고 찬물로 세수를 하고 그래 가지고 또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또 잠이 오면 또 나가서 찬바람을 쐬고 들어오고 이렇게 무섭게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그 광경을 보고 나는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세속에 아직 철이 안 든 어린 학생들이 '고시 합격해서 판검사가 됨으로써 자기의 인생으로써의 출세 성공이다' 이리 생각하고 거의 목숨을 바치다시피 하면서 그렇게 공부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고,

'부모와 형제와 고향과 청춘을 버리고서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가한 승려가 어찌 수행에 일분일초라도 등한히 할 수가 있겠는가? 참선(參禪)하는 사람이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저 학생보다도 더 못해 가지고 어디에다 쓸 것인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고 거기에서 참, 이 분심(憤心)이 나고 느낀 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 같이 있는 젊은 모다 행자(行者)들에게도 "저 학생들을 보아라. 저 학생들이 그 밤잠을 안 자고 공부할려고 애를 쓰는 저 모습을 봐라. 도(道)를 닦는 출가인이 저 학생에 비교해서 저만 못해서 되겠느냐?" 이렇게 서로 경책을 하면서 지낸 일이 있습니다.

 

과거에 도인(道人)들은 공부할 때에 송곳으로 무릎을 찌르면서 잠을 깨고, 밤에는 잠을 자지 아니할려고 무거운 돌덩어리를 짊어지고 하룻밤에 백 리 이상 길을 산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정진을 한 스님네들도 있었고.

밤에 잠시 잘 때에는 목침(木枕)을, 공과 같이 둥글둥글한 목침을 베고 잤던 것입니다. 물씬물씬한 목침이나 네모진 목침을 베면 편안하게 몇 시간을 자게 되니까 둥글둥글한 목침을 베면 잠깐 잠이 들어서 조끔만 움직거려도 두그르르 굴러서 머리가 방바닥에 툭! 떨어지면 깜짝 놀래가지고 다시 일어나서 공부하기 위해서 그런 둥글둥글한 목침을 깎아서 베었고.

 

어떤 이는 평생 동안을 목침을 베지 아니하고 자기 팔을 꾸부려서 팔꿈치를 베고 일생을 지내는 그런 침굉 선사와 같은 도인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 법당은 난방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밑에서는 찬기가 올라오고 윗 공기는 차와서 조금 춥습니다마는 아까 말한 그런 학생들 공부할려고 애쓰는 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하고, 과거에 도인들이 어떻게 수행을 하셨는가를 생각한다면 이 법당 이러한 정도의 추위쯤은 능히 참을 수 있고 오히려 뜨뜻한 난방이 잘되어 있는 법당에서는 훈훈한 공기 속에서 혼침(昏沈)에 빠질 우려마저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엄동설한에 일선(一線)에서 우리 후방 국민들의 무사안일(無事安逸)을 위해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국토를 지켜 주기 위해서 일선 장병들은 여러분들의 아들, 동생들은 이 혹한 속에서 잠도 편히 자지 못하고 먹을 것도 충분하지 못한 속에서 목숨 바쳐서 주야불철(晝夜不撤)하고 방위(防衛)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당에 난방 시설을 해 놓지 아니하고 그러한 변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처음~10분23초)

 

 

 

 

 

>>> 위의 법문 전체를 들으시려면  여기에서 들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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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연비산산공착영~' ; 『관음예문(觀音禮文)』에 나오는 게송.

*산승(山僧) ; 스님이 자신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

*연전(年前) ; 여러 해 전.

*엄동설한(嚴冬雪寒 혹독할 엄/겨울 동/눈 설/찰 한) ; 혹독하게[嚴] 추운 겨울[冬]에 눈[雪] 내린 뒤의 추위[寒].

*참선(參禪) ; ①선(禪)의 수행을 하는 것. ②내가 나를 깨달아서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봐 이 생사 속에서 영원한 진리와 하나가 되어서 생사에 자유자재한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는 수행.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하는 수행.

*행자(行者) : ①수행자.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사람 ②계(戒)를 받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 절에 있으면서 여러 소임 밑에서 일을 돕고 있는 사람.

*도(道) ; ①깨달음. 산스크리트어 bodhi의 한역. 각(覺). 보리(菩提)라고 음사(音寫). ②깨달음에 이르는 수행, 또는 그 방법. ③무상(無上)의 불도(佛道). 궁극적인 진리. ④이치. 천지만물의 근원. 바른 규범.

*도인(道人) ; ①불도(佛道)를 수행하여 깨달은 사람. ②불도(佛道)에 따라 수행하는 사람.

 

*'과거에 도인(道人)들은 공부할 때에 송곳으로 무릎을 찌르면서 잠을 깨고' ; 『선관책진(禪關策進)』 (운서주굉 스님 지음) 「제조고공절략(諸祖苦功節略 조사들의 공부법)」의 '인추자자(引錐自刺 송곳으로 제 몸을 찌르다)'에서.

昔 大愚 慈明 谷泉 琅瑯四人 結伴 參汾陽 時 河東 苦寒 衆人 憚之 唯慈明 志在於道 曉夕不怠 夜坐欲睡 引錐自刺 嘆曰 故人 爲生死事大 不食不寢 我又何人哉 而縱荒逸 生無益於時 死無聞於後 是自棄也 後嗣汾陽 道風 大振 號 西河師子

 

저 옛날, 대우(大愚), 자명(慈明), 곡천(谷泉), 낭야(琅瑯)등 4인이 도반을 맺고 분양(汾陽) 화상 회상에 지내는데 그때 하동(河東)은 매우 추운 때라 대중은 망설이는데 오직 자명은 뜻이 도에 있어 밤낮으로 힘써 정진하되, 밤에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제 몸을 찌르며 탄식하기를 "고인은 생사의 큰일을 위하여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았거늘 나는 또한 어떤 놈이기에 게으르고 방종하여 살아서는 때에 보탬이 없고 죽어서는 후세에 이름이 없으니 이것은 내가 나를 버림에서라"하며 정진하더니 후에 분양 화상을 이어 도풍(道風)을 크게 떨쳐 '서하(西河)의 사자(獅子)'라고 불렸다.

 

*'밤에 잠시 잘 때에는 목침(木枕)을, 공과 같이 둥글둥글한 목침을 베고 잤던 것입니다' ; 『선관책진(禪關策進)』 (운서주굉 스님 지음) 「제조고공절략(諸祖苦功節略 조사들의 공부법)」의 '원침경수(圓枕警睡 둥근 목침으로 잠을 쫓다)'에서.

喆侍者 睡以圓木 爲枕 小睡則枕轉 覺而復起 率以爲常 或謂用心太過 答云我於般若 緣分 素薄 若不如此 恐爲妄習所牽

 

철(喆) 시자는 잠잘 때엔 둥근 나무토막을 베개로 자다가 좀 잠들면 곧 목침이 구르므로 잠을 깨고는 다시 일어나기를 일상으로 하였다. 혹 사람이 말하기를 "용심이 너무 지나치다"하면 답하기를 "나는 본래 반야에 연분이 박하니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망습(妄習, 虛妄習氣 거짓되고 망령된 습기)에 끄달리까 두려워한다"하였다.

 

*'어떤 이는 평생 동안을 목침을 베지 아니하고 자기 팔을 꾸부려서 팔꿈치를 베고 일생을 지내는 그런 침굉 선사와 같은 도인도 있었던 것입니다' ; 조선 후기 침굉 현변(枕肱懸辯) 스님(1616~1684)을 말한다. '침굉(枕肱 팔뚝을 베고 잠)'이란 법호가 말해주듯 일생동안 팔꿈치를 베고 잠을 잔 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님은 전라도 나주 사람이다. 자는 이눌(而訥)이고 법휘()는 현변(懸辯)이요, 속성(俗姓)은 윤씨(尹氏)이다. 12세 때에 보광(葆光) 법사를 따라 출가하여 장흥 천관산에 가서 불전을 공부하였다. 13세에는 지리산으로 들어가 소요태능(逍遙太能) 선사를 방문하였는데 한번 보고서 탄복하였다.

지리산 연곡사, 조계산의 송광사와 선암사에 주석하면서 교화를 펼쳤고 말년에는 금화산 징광사에서 지내다가 입적하였다. 장례를 행할 때 다비(茶毘)하지 말고 들판에 버리라는 것이 임종할 때의 유촉(遺囑)이었는데, 제자들은 금화산 둘째 봉우리 바위틈에 봉하였다고 한다. 스님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695년에 간행한 시문집 『침굉집(枕肱集)』이 있다.

*혼침(昏沈 어두울 혼/잠길 침) ; ①정신이 미혹(迷惑)하고 흐리멍덩함. ②좌선할 때 정신이 맑지 못하여 잠에 빠지거나 무기공(無記空)에 떨어진 상태.

*무사안일(無事安逸 없을 무/일 사/편안할 안/한가할 일) ; 어떤 일[事]에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無] 편안(便安)하고 한가하게[逸]만 지내려는 태도.

*주야불철(晝夜不撤 낮 주/밤 야/아닐 불/거둘·철수할·그만둘 철) ; 불철주야(不撤晝夜). ①어떤 일을 함에 있어 밤낮[晝夜]을 가리지[撤] 않음[不]. ②밤낮없이.

 

Posted by 닥공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