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산무이선사선경어(博山無異禪師禪警語) (2/18) 박산무이선사의 선경어.

**전강선사(No.368)—박산무이선사 선경어(2) (갑인.74.01.11) (전368)

 

약 19분.


일성초운안(一聲楚雲雁)이요  고범원객주(孤帆遠客舟)니라
나무~아미타불~
유유만고사(悠悠萬古事)여  성하수동류(城下水東流)니라
나무~아미타불~

일성초운안(一聲楚雲雁)이여. 한 소리 초(楚)나라로 가는 기러기다. 저 초나라로 날라가는 창공에 기러기여. 만사(萬事)가 이렇게 그만 그저 가 버린다 그 말이여. 흘러가 버리고 가 버리고 모도 그저 왔다갔다 이렇게.
무상(無常)한 것이고, 또 그 도리를 바로 보면은 그 무상한 도리가 바로 제일구(第一句)고. 그 다시 여지없이 갖추어져 있는 도리고.
또 그놈을 범소유상(凡所有相)이 개시허망(皆是虛妄) 경계로 볼 것 같으면은 한 소리 초나라로 날라가는 기러기지. 인생이 왔다 가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고. 부귀영화도 잠깐 허다가 가는 것이 초운안(楚雲雁)이고. 또 제일구(第一句), 바로 생사 없는 해탈 그대로 갖춰진 도리고.

고범원객주(孤帆遠客舟)다. 외로운 돛대 저 배 타고 가는, 아물아물허니 가 버린다. 배 타고 가는 고범(孤帆)도 아 그놈이 그대로 아닌가? 가만히 그대로 보란 말이여. 뭐 거가 뭐가 여의고 떼고 붙이고, 무슨 방편(方便) 이환(離幻)이 있는가?
이놈을 모도 무상으로 허망으로 볼 것 같으면은 유유만고사(悠悠萬古事)가, 유유(悠悠)한 만고사(萬古事)가, 일체 만고 이 세상사가 성하수동류(城下水東流)다. 성하(城下)에, 성 아래 물 흘러가는 것이다. 이렇게 무상하고 이렇게 허망하다.

이 가운데서 우리는 이 법을 믿어 가지고 이 법을 닦고 있으니 그 얼마나 수승허고도 이 묘(妙)헌 일인가? 다행하고도 만행(萬幸)한 일이다. 날마다 날마다 두수정신(抖擻精神)이다. 머리를 가다듬어서 정신차려라.

주공부(做工夫)허되, 공부를 짓되 귀재기의정(貴在起疑情)이다, 귀한 것이 의정(疑情) 하나뿐이다. 의단(疑團), 의정(疑情) 그 말이—그 모도 고인(古人)들이 전부 이 말세 중생들은 의단 의정이 아니면 안 되아.
말세뿐만 아니라 부처님 당시부터 관(觀)이 그대로가 의정(疑情)이여. 관(觀)이라는 게 벌써 중생 경계를 가지고는 관이 없어. 처억 그 바로 보는 그 도안이 바로 각(覺)이여. 의정(疑情) 의단(疑團) 그놈, 알 수 없는 놈 바로 봐 버리면 그게 관(觀)이여. 관심(觀心)이여. 마음 관하는 법이여.

생사 없는 법, 정법, 그놈을 바로 보들 못혀? 그 관(觀)이 그대로가 본각(本覺), 내 본래 갖춰져 있는 본각 바로 보는 것이여. 그 의단이 툭 파(破)해 버리고 의단이 거기에 그만, 어디 가서 인자 의단이 어디 있어? 바로 봐 버렸는데. 확철대오(廓徹大悟)인데.

'대체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에 판치(板齒)가 뭐여?' 날마다 이렇게 내가 묻는데, 판치가 뭐여? 판치생모(板齒生毛)가 뭐여? 그놈은 바로 보지 못허면은 의단(疑團)뿐이여. 알 수 없는 놈뿐이여. 알 수 없는 것 하나뿐이다.

‘어째 판치라고 했노?’ ‘어째 판치에 생모라 했노?’ 알 수 없지.
그놈이 묘(妙)혀. 그놈이 의단이고. 그놈이 화두고, 공안이여. 알 수 없구나.

하위의정(何謂疑情)이냐? 무엇을 의정(疑情)이라, 의심(疑心)이라 하느냐? 인자 요놈을 좀 더 알려줄라고. 여생부지하래(如生不知何來)인댄, 네가 너 온 곳을 아지 못헐진댄.

아는가? 온 곳을 다 아는가? 뭐 전생에 소가 되었다가 왔고, 개가 되었다 왔고, 무슨 축생이 되었다 왔고, 그것을 말한 것 아니여. 뭐가 왔냐 그 말이여. 도대체 뭐냔 말이여? 네 온 네 물건이 그 무슨 물건이냔 말이여? 제가 왔건마는 제 낯빤대기 저를 모르니 그거 의단(疑團)이여.
밤낮 법문이라는 것은 이게지, 뭐 다른 것 아무것도 없어. 참선 법문이라는 것은 밤낮 엎쳤다 뒤집었다 한 것이지, 다른 거 아무것도 없어.

뭐고? 뭐가 왔나?

여생부지하래(如生不知何來)인대는, 네가 나온 놈을, 네 가지고 온 놈을, 가지고 온 곳을 알지 못할진대는 부득불의내처(不得不疑來處)다. 온 곳도 의심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어. 무슨 물건이 왔는지 물건도 모르니, 의심 안 할래야 안 할 수 있나? 이 무슨 물건이 왔느냐? 말이여.
그것이 판때기 이빨에 털 났다는 놈이나,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지 모른 놈이나, 뭐 조금도 다를 것이 없어. 조사관(祖師關)이라는 것은 어디 틀린 법이 있나? 똑같지.

사부지거처(死不知去處)인댄, 네 몸뚱이는 이건 죽을 몸뚱이, 버릴 몸뚱이니 네 몸뚱이 이거 죽어 번지고 없어져 번지고 가는디, 뭐가 가노? 뭐가 가? 가는 물건이 무슨 물건이냐?
부득불의거처(不得不疑去處)다. 그 가는 곳도 몰라, 가는 물건을 모르니, 의심이 안 헐래야 안 헐 수가 있나? 어떻게 의심을 안 혀? 저절로 의심만 일어날 것이다.

눈 꿈적꿈적허고 몸뚱이 눈깔, 이거 몸뚱이 이걸로, 그 어디 네 몸뚱이냐? 요까짓 것이 몸뚱이며? 곧 내버릴 건디. 그 뒤집어쓰고 댕기는 주인공, 대체 오는 놈, 가는 놈, 심마물(甚麽物)고? 그 무슨 물건이냐?
의심을 안 헐래야 안 헐 도리가 있나? 이게 정법(正法)이고, 이게 삼세제불(三世諸佛)이 모도 깨달은 법이고. 아! 이런, 이 법 내번지고 무슨 방편에, 무슨 환(幻)에 가서 야단쳐.

맨 사교(邪敎)만 일어나 가지고 지금, 인자는 또 지리산에 가서 법화종이 나와 가지고, 그 무슨 묘찬인가 그것이 본래 성철수좌 밑에서 모도 그 똥 먹고 그렇다는... 똥을 먹으란께 똥을 먹었다는구만.
어떻게 믿었는가 안 믿었는가 볼라고 똥을 먹으라고 헌게 똥을 먹었데야. 아! 그러고 또 생고기를 먹으라고 헌게 생고기를 뭐 생전 뭐 고기도 안 먹는 사람인데, 먹으라고 헌게—신심을 보이기 위해서 생고기를 먹으라고 헌게 먹었다 하드구만. 그런 말이 다 있드구만.
그래 가지고 그 밑에 댕긴다 하더니, 요새는 법화경을 가지고는 무슨 실상사가 실상묘법연화경이니깐 거기 들어와서 뭐 7명이 오백 일 기도를 헌다나? 그러면서 그 모도 민간(民間)를 속이고 돌아댕긴다 그 말이여.

그 굉장한 일이 이렇게 퍼 일어나네. 이 말세에는 그 사교, 사교(邪敎)에 빠져 있는 것이 그만 그만이여. 전부 사교라는 것은 그 모냥 상견(相見)과 그 빛깔 사견(邪見)과 모도 이런 것으로써서 모도 인도허거든. 아주 못된 짓만 해서 재산이나 끌어모을라고 허거든. 자꾸 재산이나 끌어모으는 모두 그러헌 방편을 쓴다 그 말이야.

이것 하나뿐인데. 가는 물건은 무슨 물건이며, 온 물건은 무슨 물건이냔 말이다. 알 도리 없구나.

생사관규(生死關竅)를, 이 몸뚱이 받아 나왔다가 이 몸뚱이 또 죽어버린 내버린 그 관규(關竅)를 생사관규를, 죽었다 살았다 하는 그 과구(窠臼)를, 불파즉(不破則) 파하지 못한 즉, 우리는 생사뿐 아닌가!
나왔다마는, 나와서 이 몸뚱이 가지고 산다마는 이 몸뚱이 내버리고 갈 곳 밖에 없으니, 이놈의 과구(窠臼)를 이놈의 규(竅)를 면치 못하면은, 파하지 못한 즉은 의단(疑團)이 돈발(頓發)이다. 의심이 절로 난다.

의단(疑團) 안 날 수가 있나? 무엇이 생(生)이고 무엇이 사(死)냐? 생사가 어디 있나?
이까짓 몸뚱이 요것이 무엇인디, 요 몸뚱이에 이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주인공이 이놈을 뒤집어쓰고는 살았다고 이렇게 꿈적거리고, 이게 뭐냐? 도대체.
이놈의 몸뚱이 생사 가지고 있는 주인공, 죽었다 살았다 하는 생사를 가지고 있는 이 허망하고 무상한 요까짓 것을 내 몸뚱이라고 가지고 있는 주인공, 그 근본 자체를 한번 깨달라 보아라.

결재미첩상(結在眉睫上)해라. ‘알 수 없는 이것이 무엇인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이 물건을 미첩상(眉睫上)에다 두어라. 눈썹 사이에다가 두어라.
‘그 대체 무슨 물건이냐?’ 그 의심(疑心)이 돈발(頓發)해서 안 날래야 안 날 도리가 어디 있나? 의단(疑團)이 이렇게 중(重)허다고 했어, 의심이.

방역불하(放亦不下)하며, 놓아 내던져 버릴라고 해도 없어지지 아니허며.
저절로 있지, 알 수 없는 이 물건이. 그 소소영령한 주인공, ‘이뭣고?’ ‘이뭣고?’ 헌 그놈이 판치생모(板齒生毛)란 말이여.
판치(板齒), 판때기 이빨 털 났느니라. ‘어째서 판치생모라고 했는고?’ 그놈 하나뿐이다.

추역불거(推亦不去)다. 밀어도 가지 않는다.
제발 떼내 던져 번지고 없애 버릴라고 해도 ‘알 수 없는 의단’이 가들 않고, 놓아도 놓아지지를 않고 항상 눈썹 사이에, 눈썹 사이라고 해도 거다 두지 말고 제하일촌(臍下一寸), 배꼽 밑에다 두어라. 의단을 꼭 그놈을 항상 잡드리해서 그놈을 항상 관(觀)해라.

홀연일조(忽然一朝)에, 홀연 하루 아침에, 그렇게만 자꾸 해나갈 것 같으면은 홀연일조(忽然一朝)에, 홀연 하루 아침에 타파의단(打破疑團) 의단을 타파할 것이다.
그 의단타파할 때, 때가 잠깐 온다. 그렇게 성의껏 정성스럽게만 할 것 같으면 그 화두 의단이 잠깐 들어와. 뭐 오래가들 안 혀. 잠깐 그 들어오는 시절이 있을 것이다.

생사이자(生死二字)가 시심마(是甚麽)냐? 죽었다 살았다 하는 그까짓 것이 이 뭐고? 어디가 생사가 있나?
그놈의 생사 따문에 중생고(衆生苦)뿐인디, 전부 고(苦)가 거기 있는디, 왜 생사이자(生死二字)를 그것을 타파(打破)해 버리지 못하냐?
생사 껍데기, 죽었다 살았다 하는 놈의 업(業) 껍데기, 중생 껍데기, 그 중생 껍데기, 죄 뭉테기, 왜 그것을 한번 타파해 버리지 못하냐?

그것이여. 다른 거 아무것도 아니여.
죽었다 살았다 하는디, 도무지 그놈의 고(苦) 봐라. 깨닫지 못한 고(苦), 미고(迷苦)!
미(迷)해 놓으니 괴로운 고(苦)뿐이니, 이것을 맨 송장을 짊어지고 이렇게 깜깜하게 살 수가 있나? 이게 사는 것이냐? 이게 인생 살림살이여? 인생사여?

한가구(閒家具)니라. 그 참, 한가구(閒家具)는 무엇인지?
이 몸뚱이 생사이자(生死二字) 뭐고? 생사이자(生死二字) 그것이 뭐냔 말이여?
'한가구(閒家具)다' 그랬어. '한가할 한(閒)' 자, '집 가(家)' 자, '갖출 구(具)' 자여.

고 밑에는 뭐라고 했는고? '악(噁)!' 이래 놨어.
그 도리는 깨달으면 다 대오(大悟)를 해놓고 보면 알 일이지, 지금 중생 소견으로는 헐 수 없어.(처음~18분53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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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 ‘일성초운안~’ ; 『청허당집(淸虛堂集)』 (서산휴정 著, 朴敬勛 역, 동국대학교 역경원) p134 ‘철성(鐵城)의 성루에 올라’ 게송 참고.

Posted by 닥공닥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