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 팔풍 경계대처2014. 1. 18. 14:08

§ 선방에 나온 수행자라면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됩니다 /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해(莫存知解) / (게송) ‘종조난설인장단~’

 

**송담스님(No.582) - 1997년 성도재 법회(96.12.08)(65분)에서. (용582)

 

약 10분.

 


우리가 가장 주의할 것은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해.

아무리 신심이 있고 정진을 하려고 해도 말을 많이 하다보면 정진하는 마음이 흐트러지게 마련이고,
화두가 성성적적(惺惺寂寂)하고 밀밀면면(密密綿綿)해서 의단(疑團)이 독로(獨露)해서 타성일편이 된 그런 경지에서 무슨 말이 잡담(雜談)이 나오며,
잡담하면서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걸망을 지고 선방에 나온 수행자라면 수행자답게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됩니다.

뿐만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보다 앞서가는 선배도 있을 것이고, 자기보다 뒤따라오는 후배도 있을 것이니,
첫째는 자기 자신을 위하고 선배에 대한 도리를 생각해서도 그렇고, 후배를 위해서라도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됩니다.

잡담으로 세월을 보내고, 우리 선방에서는 교리를 가지고 따지는 곳이 아니고, 무슨 조사 어록(祖師語錄)을 가지고 따지는 곳이 아니고,
하물며 인도 불교가 어떻고, 티벳트 불교가 어떻고, 무슨 불교 뭐 그런 것을 이론적으로 토론하는 세미나가 열리는 그런 곳도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불교 경전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건, 조사 어록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건, 무슨 인도 불교나 티벳트 불교에 대해서 일본 불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해도, 그러한 것을 여기서 말하는 단계가 아니여.

자기가 포교사(布敎師)가 되어 가지고 어느 절에 가서 신도들을 모여 놓고 설교를 하는 마당에서는 그런 세계 각국의 불교에 대해서 또는 각 종파에 대해서 얼마든지 웅변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마는,

용화선원에 와서는 “입차문래(入此門來)된 막존지해(莫存知解)니라.” “이 문중에 들어와서는 지해(知解)를 두지 말아라.”

일단 들어왔으면 전강 조실스님의 녹음법문을 듣고 그 법문에 의지해서 묵묵히 바보가 되어서,
몸은 냄새가 안날 만큼 씻고, 옷도 냄새가 안날 만큼 깨끗이 씻어서 입고, 그리고서는 공양은 인연 따라서 공양을 들고, 그리고 그분 속에는 바보인지, 천치인지, 농판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똑똑한 체하고 잘난 체하려면 세속에 나가서 국회의원도 나가고, 도의원도 나가고, 도지사도 허고, 장관도 하지 이 문중에 들어와 가지고,
부모와 형제와 고향과 가정을 다 버리고 청춘을 버리고 이 도(道) 문중에 들어와 가지고,
어디 가서 잘난 체하고 똑똑한 체 할 때가 없어서 여기에 들어와서 입을 벌려 함부로 그러냐.

그래서 어느 선방에 가면 득도자출(得道者出)이다. ‘도를 얻은 자는 나갈지니라.’ 딱 써 붙인 데도 있어.
깨달았으면 중생 교화하러 나가지, 뭣하러 남의 선방에 댕기면서 다른 사람 공부하는데 방해를 치느냐.

절에 들어와서 선방에 들어와서 똑똑한 체 하고 잘난 체 한 사람은 그게 진짜 똑똑한 것이 아니여.

똑똑할 때 가서 똑똑한 체 해야 남이 알아주고 얻어먹을 것도 생기는 것이지,
선방에 와서 똑똑한 체 해 가지고 무슨 이익이 있으며, 누구를 위해서 똑똑한 체 하느냐 그말이여.


종조난설인장단(終朝亂說人長短)타가  경야혼침낙수면(竟夜昏沈樂睡眠)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여차출가도수시(如此出家徒受施)하면  필어삼계출두난(必於三界出頭難)이니라
나무~아미타불~

종조난설인장단(終朝亂說人長短)타가 경야혼침낙수면(竟夜昏沈樂睡眠)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쓸데없는, 누가 잘하고 못하고, 무엇이 옳고 그르고 그런 잡담을 하다가 밤이 되면 잠에 떨어져.

이렇게 출가해 가지고 공연히 시주것만 소모하면(如此出家徒受施),

필어삼계출두난(必於三界出頭難)이다. 반드시 삼도 고해(苦海)에서 해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선방, 비구선방이나 보살선방이나 시민선방에 그러한 사람이 있어서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다 열심히 정진하신 그런 참 좋은 도반(道伴)들이 이렇게 모여서 지내기 때문에 원장(院長)으로서는 항상 기쁜 마음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행여나 보통 어느 선방이든지 납월 팔일 용맹정진(勇猛精進) 기간이 지내면 벌써 한철이 다 지나간 것처럼 생각이 해이해져 가지고 해제(解制)가 빨리 돌아왔으면, 해제가 돌아오면 어디를 가야겠다, 어디 절에를 가야겠다.

제주도를 갈까, 설악산을 갈까, 오대산을 갈까, 그러한 생각으로 걸망 귀신이 들썩들썩 한다고 그런 말이 옛날부터서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해제까지의 기간을 지내온 기간보다도 훨씬 더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어 가지고 거의 묵언을 하면서 가행정진(加行精進)으로서 이 삼동(三冬) 안거를 알뜰하게 정진해 주실 것을 부탁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씀을 드린 것 뿐입니다.

이것으로서 납월 팔일에, 원장으로서 여러 형제 자매 도반들에게 노바심(老婆心)에서 우러나와서 간곡한 말씀을 드리고 내려갑니다.(54분41초~64분36초)(끝)

 

 

 

 

>>> 위의 법문 전체를 들으시려면 여기에서 들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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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성적적(惺惺寂寂) ; 정신이 고요하면서도 깨끗하고 또록또록 한 상태.
*밀밀면면(密密綿綿) : 면밀(綿密)이란 말을 거듭하여 뜻을 강조한 것으로 길게 계속해서 끊어지지 않는 것。 정밀하게 이어져서 끊어지지 않는 모습
*의단독로(疑團獨露의심할 의,덩어리 단,홀로•오로지 독,드러날 로) ; 공안•화두에 대한 알 수 없는 의심(疑心)의 덩어리(團)가  홀로(獨) 드러나다(露)
*타성일편(打成一片) : 참선할 때 오직 화두에 대한 의심만이 독로(獨露)한 경계.
*포교사(布敎師) ; 불교의 교법을 널리 세상에 알리는 스님이나 신도.
*입차문래(入此門來) 막존지해(莫存知解)
[참고] [선가귀감] (용화선원刊) p220 참고.
〇 神光이  不昧하야  萬古徽猷로다  入此門來에  莫存知解어다
 거룩한 빛 어둡지 않아 만고에 밝고나. 이 문 안에 들어오매 알음알이를 두지 말지어다.

.....(중략) 知解二字는  佛法之大害故로  特擧而終之하니  荷澤神會禪師가  不得爲曹溪嫡子者는 以此也라
지해(知解) 두 글자는 불법에 큰 해독이 되므로 특별히 들어서 끝을 마치니 하택신회선사가 조계의 적자가 못 됨은 이 때문이다.

*지해(知解) ; 참선 수행을 통해 최상의 지혜를 깨달으려 하지 않고, 불교를 이론적으로 연구하거나 지식으로 해석하는 것.
*천치(天癡, 天痴) ; ①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②선천적으로 정신 작용이 완전하지 못하여 어리석고 못난 사람.
*농판 ; ‘멍청이(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의 사투리(전남).
*(게송) ‘종조난설인장단~’ ; [초발심자경문]의 ‘자경문(自警文)’ 게송.
*고해(苦海) ; 중생이 태어나서 죽어 윤회하는 영역으로서의 세개의 세계, 삼계(三界-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에서 생사의 괴로움이 무한하므로 바다에 비유함.
*도반(道伴) ;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 불법(佛法)을 닦으면서 사귄 벗.
*걸망 ; 물건을 담아서 등에 질 수 있도록 만든 자루 모양의 큰 주머니.
*용맹정진(勇猛精進) ; 견고한 의지로 열심으로 노력하는 정진.
*해제(解制 풀 해,만들•법도 제) ; ①(안거)를 마침. ②재계(齋戒)하던 것을 그만두고 풂.
*가행정진(加行精進) ; 어떤 일정한 기간에 일상생활보다도 좌선정진(坐禪精進)의 시간을 늘리고, 수면도 매우 단축함.
*납월 팔일(臘月八日) ; 음력 12월 8일. 석가모니 성도일(成道日).
*삼동(三冬) ; 겨울철의 석 달.
*노바심(老婆心 노파심) ; 노파(老婆)가 자식·손자를 애지중지 하듯이, 스승이 수행자에게 나타내는 자비심. 친절심(親切心). 파심(婆心)이라고도 함.

Posted by 닥공닥정